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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특허 출원 동향으로 본 기술 경쟁 구도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 ASSB)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주목받으며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폭발 위험성이 낮고 에너지 밀도가 높다는 점에서 전기차, 에너지저장 장치(ESS), 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로 기대받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요 기업들과 연구기관들이 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그 활동은 특허 출원 데이터로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10년간의 특허 출원 동향을 분석해 보면, 일본의 토요타(Toyota), 파나소닉(Panasonic), 머시는 에너지(Murat), 그리고 한국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토요타는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집중적으로 고체전해질 관련 특허를 축적해 오며 전고체 배터리 기술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다소 후발주자였으나 2018년 이후 출원 건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분야에서 기술력을 집중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출원된 특허들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주요 기업들이 배터리의 핵심 구성 요소인 양극재, 음극재, 고체전해질, 인터페이스 안정화 기술 등에 대해 종합적인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보유 수준을 넘어, 경쟁사의 접근을 견제하고 독점적 시장 지위를 선점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술 특허의 질적 수준에서도 미국, 일본 특허는 통상적으로 청구항 수가 많고 권리 범위가 넓어, 향후 소송에서의 방어 및 공격적 특허사용 계약 전략에도 유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 결국 특허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경쟁의 최전선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쟁이 심화할수록 특허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2. 고체전해질 소재 특허의 쟁점과 병목 요인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기술적 장벽 중 하나는 바로 고체전해질 소재의 안정성과 성능 확보 문제다. 고체전해질은 기존 액체 전해질과 달리 리튬이온이 고체 상태에서 이동해야 하므로, 높은 이온전도도를 유지하면서도 기계적, 화학적으로 안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고체전해질은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로 나뉘는데, 각각 장단점이 뚜렷하여 기술 선택에 있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황화물계는 상대적으로 높은 이온전도도를 가지고 있으나 공기 중 수분과 반응성이 강해 제조 및 취급 과정에서 까다롭다. 반면 산화물계는 안정성이 뛰어나지만, 이온전도도나 계면 접촉 저항 문제에서 불리하다. 고분자계는 가공성이 좋지만 이온전도도가 낮아 실질적 적용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기술적 딜레마 속에서, 기업들은 고체전해질 관련 특허를 통해 기술의 차별성과 독점권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특허 분포를 보면, 황화물계 전해질의 경우 유리구조의 리튬-황-인(S-Li-P) 계열 조성에 대한 다양한 개량 기술이 출원되고 있으며, 산화물계에서는 NASICON 구조나 LLZO계 재료의 조성비 및 도핑 기술이 집중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특허 청구항의 범위가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어, 유사 기술 개발 시에도 특허 침해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고체전해질의 조성과 제조 공정에 있어 다층적인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여 후발주자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 기술개발의 병목 요인이 단순한 기술적 문제만 아니라, 특허를 통한 진입 제한이라는 점에서도 현실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 인터페이스 기술과 특허로 인한 상용화 지연 요인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난제 중 또 하나는 고체전해질과 전극 사이의 계면 안정성 확보다. 기존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서는 전해질이 전극 표면을 균일하게 적시며 이온 이동이 원활하게 일어나지만, 고체전해질은 전극과의 접촉면에서 물리적 간극이나 화학적 반응에 의해 계면 저항이 급격히 증가한다. 특히 리튬금속 음극과의 계면에서는 덴드라이트 성장으로 인한 단락 가능성도 높아, 이 부분의 기술적 안정화는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특허의 문제가 다시 한번 부각된다. 인터페이스 안정화를 위한 기술, 예를 들어 버퍼 층 적용, 나노코팅, 실내장식 삽입 등은 대부분 특정한 물질 조성이나 구조 설계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들은 이미 다양한 형태로 특허화되어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진입자는 독자적인 해법을 개발하지 않는 한 기존 특허를 침해할 우려가 크며, 이는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추는 주요 요인이 된다. 실제로 특허 회피 설계(Design-around)가 어려운 구조의 특허들이 존재하며, 이러한 특허는 경쟁사의 기술 진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 일부 기업은 자사의 인터페이스 기술을 블랙박스화하여 특허 공개를 하지 않고, 비공개 노하우로 보호하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기술 파악조차 어려워지며, 개방형 혁신 방식의 기술 진보가 더뎌지는 부작용도 초래된다. 결국 인터페이스 기술은 기술적 병목임과 동시에 특허 적 병목의 핵심 요인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시점을 지연시키는 결정적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4. 기술 상용화와 특허전략의 방향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단순한 특허 확보를 넘어서는 지식재산 전략이 필요해지고 있다. 이제는 특허를 확보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활용한 기술 제휴, 특허사용 계약, 표준화 전략이 기업 생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예컨대, 기술상 특허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실제로 이를 생산 및 양산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현하지 못하면 시장 장악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최근 주요 기업들은 전략적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기술 교류를 활성화하거나, 비경쟁 분야에만 공동 R&D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술 상용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국제 표준화 기구(예: IEC, ISO)에서 전고체 배터리 관련 표준 기술 개발이 시작됨에 따라, 표준특허(SEP: Standard Essential Patent) 확보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표준특허는 특정 기술이 시장에서 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필수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기술을 의미하며, 이에 대한 특허를 선점한 기업은 막대한 로열티 수익과 시장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특허 분쟁의 가능성도 증가시킨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기업은 공정하고 투명한 특허관이 체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차원의 기술 공유 메커니즘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는 단순히 기술 개발로만 달성되지 않는다. 특허 확보와 운용 전략, 시장 진입을 위한 정부 정책, 국제 표준과의 연계 등 다층적인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가능하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및 특허 장악력 측면에서 후발주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선제적 특허 전략과 함께 산업 생태계 전체의 협업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 전고체 배터리는 단일 기업의 독주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 기술이다. 오히려 전략적 제휴와 공정한 특허 생태계 조성이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진정한 현실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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