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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양극재와 음극재 특허 분쟁: 소재 기술의 치열한 원천 경쟁
배터리 산업에서 가장 빈번하고 치열한 특허 분쟁 영역 중 하나는 바로 양극재와 음극재 관련 소재 기술이다. 이들 전극 소재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수명, 출력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구성요소로, 소재의 조성, 결정 구조, 입자 크기 제어, 제조 공정 등이 특허의 주요 쟁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양극재의 경우, 고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계열에서의 조성 최적화 및 알루미늄/마그네슘 등의 도핑 기술이 주된 특허 영역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의 대표적인 분쟁은 NCM 계열 양극재의 입자 형상, 충전 밀도 제어 기술에 대한 특허 침해와 무단 사용 여부를 둘러싸고 2019년부터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를 무대로 본격화되었다. 이 분쟁은 결국 2021년 4월 양사가 2조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하며 마무리되었지만, 배터리 업계에 특허 보호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음극재 분야에서도 실리콘 음극재를 둘러싼 특허 분쟁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실리콘은 흑연 대비 10배 이상의 용량을 제공하지만·방전 과정에서 부피 팽창 문제가 심각해 이를 제어하는 코팅, 복합소재, 바인더 기술이 특허의 핵심이다. 한국, 중국,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보유한 나노코팅 기술, 실리콘-탄소 복합소재 기술이 다수의 글로벌 대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 받거나 대응하는 상황이다. 이는 소재 기술이 단순 공급망 이슈가 아닌,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IP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러한 기술들이 대부분 이차전지의 궁극적 성능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원천 특허 선점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2. 셀 설계 및 적층 기술: 배터리 모듈화 구조에서의 특허 분쟁 심화
셀과 모듈의 구조적 설계는 에너지 저장 효율과 안전성을 결정짓는 또 다른 특허 분쟁의 중심축이다. 특히 파우치형 배터리와 각형 배터리의 셀 적층 방식, 내부 압력 해소 구조, 탭 위치 설계 등은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특허 침해 소송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 셀의 탭 배열 및 냉각 구조 관련 특허를 바탕으로, 중국계 배터리 제조사를 상대로 여러 차례 소송을 제기한 바 있으며, 각형 배터리에서는 삼성SDI가 자체 개발한 “Z-Stack” 구조를 중심으로 셀 패킹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
적층 방식에서도 핵심 쟁점은 셀 간 간격 최소화 및 열확산 방지 구조이다. SK온은 셀의 미세 간격을 유지하면서 팩의 열확산을 억제하는 구조 특허를 기반으로, GM 등 북미 OEM 업체와의 기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이러한 구조를 모방하거나 변형한 유사 기술을 적용하면서 한-중 간 특허 충돌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특허 회피 설계를 둘러싼 경계가 모호해지며,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다양한 변형 구조가 시장에 등장하고 있고, 이에 따라 '특허 회피형 유사 제품'에 대한 법적 판단 기준도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더불어, 셀-모듈-팩 일체형 구조(CTP: Cell to Pack, CTC: Cell to Chassis) 기술의 부상은 관련 특허를 둘러싼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테슬라, CATL 등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다수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은 자체 CTP 구조의 차별화 및 특허사용 계약 확보를 통해 기술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셀 설계 특허는 단순 기술 보호를 넘어 배터리 가격 경쟁력 확보 및 제조 효율성 향상과 직결되기 때문에 특허 분쟁의 양상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3. 전고체 배터리 기술: 차세대 배터리 시장을 둘러싼 특허 선점 전쟁
전고체 배터리는 차세대 배터리로 주목받으며 글로벌 대기업과 연구기관들이 기술 선점과 함께 특허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는 영역이다. 이 기술은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함으로써 안전성, 에너지 밀도, 수명 등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술 구현의 난도가 높고,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 권리 확보가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특히 완전 고체 전해질의 종류(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에 따라 각기 다른 특허 쟁점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결정 구조 안정화 및 인터페이스 저항을 줄이는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일본의 토요타와 함께 관련 분야에서 가장 앞선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산화물계 전해질 기반의 고온 안정형 구조 특허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관련 특허를 유럽, 북미, 중국 등에서 광범위하게 출원해 글로벌 특허 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특히 계면 안정화 기술이 가장 큰 특허 분쟁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고체 전해질과 리튬 금속 음극 사이의 인터페이스에서 발생하는 dendrite(덴드라이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이와 관련된 다층 코팅, 인터페이스 중간층 삽입, 전기화학 반응 억제 기술 등에 대한 특허가 집중되고 있다. 이 계면 기술은 수십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 가공이 요구되며, 현재까지도 다양한 실험적 구조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분쟁의 여지가 크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의 공정 기술, 예를 들어 고체 전해질의 테이프 캐스팅 방식, 동시 소결 방식 등 제조 단계에서의 프로세스 특허도 점점 증가하고 있으며, 이 역시 후발 기업들의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4. 배터리 재활용과 순환 경제: 폐배터리 분야의 특허 갈등과 환경 규제 대응
배터리의 재활용 및 순환 경제를 위한 기술도 이제는 또 다른 특허 분쟁의 온상이 되고 있다. 특히 ESG 경영과 탄소중립이 산업계 전반에서 중대 이슈로 대두됨에 따라, 폐배터리로부터 핵심 원소(리튬, 니켈, 코발트 등)를 고순도로 회수하는 공정 기술에 대한 특허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습식(수산화 용해, 침전, 추출)과 건식(열분해, 열 환원, 기계 분쇄) 재활용 방식 각각에 대한 공정 특허는 물론, 전처리 및 자동 분류 기술, 리튬 추출의 정제 효율 개선 기술 등이 주된 특허 분쟁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기업 중 LG에너지솔루션은 자회사인 LG화학과의 협업을 통해 폐배터리 습식 정제 기술에 대한 원천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 재활용 업체와의 특허 침해 가능성을 놓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 사례도 있다. 삼성SDI는 건식 처리 기반의 폐배터리 자동 선별 및 전극 분해 기술 특허를 활용해 미국 및 독일에서 현지 재활용 기업과의 협업 구조를 설계하고 있으며, SK온 역시 폐배터리 상태 진단 알고리즘 및 재사용 가능성 평가 기술에서 독자 특허를 확보하여, 해당 기술의 무단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배터리 여권(Battery Passport)과 리사이클링 비율 의무화를 법제화하면서, 배터리 제조사와 재활용업체 간의 특허 권리 충돌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OEM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업체에 ▲재활용 기술 적용 ▲환경 인증서 제공 ▲원소 회수율 데이터 제출 등을 요구함에 따라, 관련 기술의 특허 특허사용 계약 비용 및 법적 책임 소지에 대한 협상이 복잡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특허는 기술 보호를 넘어서 환경 규제 대응력과 공급망 경쟁력을 동시에 결정짓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관련 분쟁은 향후 ESG 기반 기술의 실질적 표준화를 둘러싼 국제적 경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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