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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국가 주도형 전략: 중국 정부의 배터리 특허 집중화 정책
중국의 배터리 기술에 대한 특허 집중 전략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선택이 아니라, 중앙정부 주도 산업정책의 핵심 축이다. 중국 정부는 2010년대 중반부터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전략을 통해 전기차(EV) 및 에너지저장 장치(ESS) 분야를 10대 전략 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고,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확보를 강력히 유도해 왔다. 특히 국가 지식산권국(CNIPA)은 주요 배터리 기업에 대해 '핵심 특허' 창출을 요구하고, 기술 개발의 각 단계에서 특허 출원을 의무화하는 지침을 하달하며 체계적인 지식재산권 확보를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특허 통계에서도 명확히 나타난다. 2020년 이후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고체 전해질, 배터리 리사이클링,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최다 출원국의 지위를 확보하였다. 특히 중국의 특허 출원은 내국인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자국 기술의 보호와 독점적 시장 지배를 목적으로 한다. 예컨대 2022년 기준 중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특허 출원 건수는 약 10만 건을 초과하며, 이는 미국, 한국, 일본의 출원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정부는 출원 장려금, 세제 혜택, 특허 기반 기술평가 연계 투자 유치 제도를 통해 특허 집중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 결과, 단순히 특허 양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질적 수준도 점차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특허 클러스터화 및 기술 표준화를 동반한 특허 운영 전략은 한국과 일본의 선도 기업들과의 경쟁 구도에서 중국을 '추격자'가 아닌 '게임 체인저'로 탈바꿈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2. CATL과 BYD: 민간 주도의 특허 집중 전략 사례
중국 배터리 산업의 두 축인 CATL(Contemporary Ampere Technology Co., Limited)과 BYD는 민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전략에 발맞추어, 독자적 특허 전략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개발 수준을 넘어, 글로벌 특허 포트폴리오 확보와 핵심 기술 집중 출원 전략을 통해 자국 내 독점력은 물론 해외 진출의 교두보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CATL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CTP(Cell-to-Pack) 구조 관련 특허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사 대비 원가 우위와 높은 에너지 밀도를 동시에 달성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5년부터 약 9년간 1,500건 이상의 LFP 특허를 출원했고, 대부분이 연계 특허로 구성되어 있어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다. 이러한 전략은 경쟁사가 유사 기술로 접근하는 것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지닌다.
BYD 역시 LFP 기술에 대한 방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사의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 기술에 집중하는 전략을 보인다. 이 배터리는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만족시켜 중국 내 중저가형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BYD는 해당 기술을 기반으로 한 패키징, 냉각, 전해질 구성에 이르기까지 계층적 특허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히 한 기술이 아닌 시스템 전반에 걸친 독립적인 기술 생태계를 구성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CATL과 BYD는 중국 정부의 특허 출원 장려 정책에 발맞춰, 연구개발 단계부터 특허화를 염두에 둔 조직 구조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허 포트폴리오를 글로벌 기술 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특히 유럽, 미국, 한국 등에 PCT(국제 특허출원 조약)를 통한 글로벌 특허 확보에도 적극적이며, 이는 기술 독점성과 함께 시장 진입장벽을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3. 기술 영역별 집중도: 완전 고체, 리사이클링, BMS 분야의 부상
중국의 배터리 특허 전략은 단순히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해 전고체 배터리, 배터리 리사이클링, BMS 분야에 높은 기술 집중도를 보이며, 이 분야의 특허 집중 전략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의 경우, 2020년부터 중국은 산화물계 및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관련 특허 출원 비중을 급격히 늘리고 있다. 베이징대학교, 칭화대학교, 중 난 대학교 등 주요 대학들과 CATL, Got ion High-Tech, EVE Energy 등 민간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로 R&D 및 공동 출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특허 연계성도 강화되고 있다.
배터리 재활용 분야에서는 중국이 규제 측면만 아니라 기술적 대응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습식 리사이클링(Hydrometallurgy) 기술과 관련된 특허가 집중되고 있으며, 이 기술은 니켈, 코발트, 리튬의 회수율이 높고 환경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표준 기술로 간주한다. 중국은 이를 위해 전국적 배터리 회수 시스템 구축과 연계된 특허 출원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한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출원량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BMS 기술, 즉 배터리의 충·방전, 열관리, 상태 진단 등을 제어하는 전자 시스템 분야에서도 중국은 AI 기반 진단 알고리즘, SOC(State of Charge) 예측 모델 등에서 폭넓은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이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그리드 등 융합 산업으로의 확장을 고려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요약하면, 중국은 단기 상용화 기술뿐만 아니라, 중장기 미래 유망 기술에 대해서도 조직적으로 특허 집중 전략을 실행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 패권을 확보하려는 국가적 의지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4. 글로벌 기술 전략과 특허 외교: 중국의 배터리 기술 패권 추구
중국의 배터리 특허 전략은 국내 시장 보호를 넘어, 글로벌 기술 패권을 겨냥한 다층적인 외교 전략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WTO와 WIPO 체제에서의 국제 규범을 활용하여, 자국 특허의 국제적 인정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국제 표준화 기구(IEC, ISO)에서 기술 기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기술이 단지 기업 간 경쟁 수단을 넘어서, 국제 경제 질서 내에서의 '권력'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중국 기업들은 PCT 출원 외에도 각국의 특허청에 직접 출원을 병행함으로써,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의 권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CATL과 BYD는 유럽에서의 배터리 생산 거점 확보와 연계하여, 현지 특허 등록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특허 침해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기술 라이선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기술 거래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또한 중국은 아세안,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의 기술 이전 및 현지 생산을 유도하면서, 동시에 핵심 특허는 자국에 집중하는 '분산 생산-집중 보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도 기술 통제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기술 유출을 방지하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똑똑한 글로벌화 방식이라 평가받는다. 중국의 배터리 특허 집중 전략은 이제 ‘기술 확보’를 넘어 ‘기술 외교’와 ‘지식재산 패권’의 차원으로 진입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기술·시장·규범 구도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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