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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LFP 배터리의 재부상과 CATL의 기술 지배력
리튬인산철(LFP, Lithium Iron Phosphate) 배터리는 한때 에너지 밀도 한계로 인해 주목을 덜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에너지 안전성과 원재료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재조명되며 시장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되었다. 이러한 LFP 배터리 시장의 부활을 이끈 중심에는 중국의 배터리 제조사 CATL(Contemporary Ampere Technology Co. Limited)이 있다. CATL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LFP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과 특허 전략을 강화해 왔으며, 최근 수년간 LFP 관련 특허 출원 건수가 급증하면서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특히 CATL은 에너지 밀도를 개선하면서도 열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설계 및 입자 미세화 기술, 전극 조성 최적화, 셀 내 균일성 향상 등의 영역에서 다수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CATL은 2021년 이후 LFP 배터리 단일 품목에 대해 연평균 150건 이상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제조 공정 개선과 소재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CATL의 전략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특허 분쟁 시 자사 기술을 보호하고, 타사의 진입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어적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즉, LFP 배터리 기술의 상용화는 기술 그 자체만 아니라, 이를 감싸는 특허의 정교한 설계 없이는 불가능하며, CATL은 바로 그 설계의 중심에 있다.
2. CATL의 LFP 소재 특허 전략: 양극재 조성과 나노 구조 설계
CATL이 LFP 배터리 기술에서 경쟁사와 뚜렷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양극재의 정교한 조성과 입자 구조 제어에 있다. 대표적인 특허는 ‘코어-셸 구조의 리튬인산철 입자 설계’에 관한 기술로, 해당 기술은 리튬 확산을 용이하게 하면서도 전기화학적 안정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CATL은 LFP 결정 입자의 외곽에 탄소 나노코팅 층을 형성하거나, 인산철 결정 구조 내에서 철과 리튬의 비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전도성 향상과 구조적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자 했다. 이러한 기술은 기존 LFP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낮은 전도성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함과 동시에, 수천 회 충·방전 후에도 구조적 변형 없이 긴 사이클 수명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든다. 특허 문헌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입자의 평균 직경을 200nm 이하로 제어하면서 코팅층의 두께를 5nm 이하로 조절해 표면 저항을 최소화한 기술이다. 이 기술은 고속 충전 시 발열 억제와 출력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CATL은 LFP 입자 내에 비정질 계면 층을 도입함으로써 전해질과의 반응성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배터리 내부 저항의 상승을 최소화했다. 이러한 미세조정 기술들은 단순한 소재 기술로 보기보다는, 정밀화된 공정 기술 및 입자 제어 기술과 결합한 복합 특허 전략이라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CATL의 특허는 소재의 조성 자체만 아니라, 이를 어떻게 합성하고 어떤 조건에서 구동되는지를 포함한 ‘공정 기반 특허’로 진화하고 있다.
3. 구조적 혁신: 셀 패키징 및 열관리 특허 전략
LFP 배터리의 상용화 과정에서 큰 난제 중 하나는 열 관리 문제였다. 에너지 밀도가 높지 않은 LFP 셀은 많은 수를 직렬로 연결해야 하는데, 이때 셀 간 발열이 누적되면서 성능 저하와 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CATL은 이에 대응해 셀 패키징 구조와 방열 설계에 관련된 일련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CTP(Cell-to-Pack)’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셀을 모듈 없이 직접 팩에 장착하는 구조로,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냉각 효율을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CTP 기술을 통해 CATL은 동일 공간 내에서 더 많은 셀을 배치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에너지 밀도를 10~15% 향상했다는 분석이 있다. 해당 기술은 2019년 중국과 국제특허(PCT)로 동시 출원되었으며,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다수의 보호 특허로 확대되었다. 또한 CATL은 셀 외벽에 알루미늄 복합소재를 적용하여 방열 속도를 높이고, 셀 간 접촉면을 파형 구조로 설계하여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냉각기술도 병행하여 출원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열 방출이 아니라, 전기화학 반응 시 발생하는 열의 동적 분포를 실시간 감지하고 제어하는 스마트 열관리 시스템까지 포함하는 복합 특허 체계이다. 특히 2022년 이후 출원된 특허들에서는 열 감지 센서를 내장한 셸 구조나, 액체 냉각 시스템과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간 연동 기술이 핵심 키워드로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구조적·시스템적 특허는 CATL의 배터리가 단지 ‘좋은 소재로 만든 셀’이 아닌 ‘똑똑한 에너지 시스템’임을 방증한다.
4. 특허 포트폴리오의 방어 전략과 글로벌 확장성
CATL의 특허 전략은 단순히 기술 선점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세계 시장 내에서 자사 기술에 대한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고, 필요시 타사의 진입을 견제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무기를 구축하는 데 있다. CATL은 이를 위해 각 기술 요소를 개별 특허로 나누기보다는 ‘통합된 기술 블록’ 형태로 묶어, 연쇄적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양극재 조성에 관한 기술 하나를 출원하면서, 해당 조성이 적용된 셀의 구조, 충전 메커니즘, 열 방산 구조까지 하나의 블록 내에서 묶어 특허화함으로써 침해 입증과 권리 주장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다. 또한 CATL은 자국 내 출원만으로 끝나지 않고, 주요 자동차 시장인 미국, 유럽, 일본에도 동시 출원 전략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WIPO 특허 검색 자료에 따르면, CATL은 2020년 이후 LFP 관련 PCT 국제 출원 수 기준으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ATL은 국제특허 출원 시 주요 청구항을 현지 시장 특성에 맞게 조정하며, 법적 충돌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략적 방어선을 다층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에서는 환경규제에 초점을 맞춘 특허 문구를, 미국에서는 안전성과 성능을 강조하는 청구항을 추가하는 식이다. 이는 단순한 특허 작성의 기술을 넘어, 국제 시장의 정책 환경과 법적 구조를 반영한 정교한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CATL의 특허 전략은 단일 기술의 보호를 넘어서, 전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지적 재산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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