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세계 시장을 겨냥한 특허 선점 전략: ‘양보다 질’에서 ‘양과 질’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특허 전략은 더 이상 단순한 방어적 권리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CATL(임 더시데), BYD, CALB와 같은 주요 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공격형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양보다 질”이라는 전통적 지식재산 전략을 탈피해 “양과 질”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CATL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2만 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전고체 배터리, 고에너지 밀도 양극재, 급속 충전 기술과 같이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포괄한다. 특허 수만 증가시킨 것이 아니라, 해당 특허의 국제 출원 비율도 대폭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들은 단순히 자국 내 보호를 넘어 글로벌 표준화 및 시장 진입 장벽 구축까지 염두에 두고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이들은 핵심 기술을 조기 선점하기 위한 ‘프런트 러닝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경쟁사가 기술개발에 나서기 전에 선제적으로 기술 사양을 특허화함으로써, 이후의 연구개발 흐름을 제한하거나 로열티 기반의 수익 모델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경우,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CATL과 CALB는 수백 건 이상의 출원을 통해 기술의 방향성과 원천 구조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보호를 넘어, ‘특허를 통한 기술 주도권’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전략이다.
2. 다국적 특허 출원을 통한 글로벌 규제 대응 및 시장 확대 전략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내수 중심의 전략에 머무르지 않는다.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이들은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시장에서 다국적 특허 출원을 증가시키는 추세를 보인다. WIPO(세계 지식재산기구) 자료에 따르면, CATL과 BYD는 2021년 이후 PCT 국제특허 출원을 전년 대비 60% 이상 증가시켰으며, 그 출원 분야는 EV용 배터리 팩 설계,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열 제어 기술 등 매우 다양하다. 이는 단순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조치가 아니라, 현지의 기술 규제와 특허 분쟁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분석된다.
특히 유럽의 경우, 배터리 패스포트 제도 및 ESG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환경친화적 배터리 제조 공정,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등에 대한 특허 출원이 집중되고 있다. BYD는 독일과 노르웨이 등에서 순환 경제 기반 배터리 재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를 활발히 출원 중이며, 이는 향후 유럽 배터리 연합(EBA) 및 EU 그린빌 정책과의 정합성을 고려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현지 생산 조건이 강화됨에 따라, 특허 기반의 기술 이전 모델을 사전에 구상하고 있으며, 이는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과의 직접적인 경쟁 구조를 형성하는 요인이 된다. 요컨대 중국 기업들은 특허를 통해 기술 장벽을 낮추고, 동시에 시장 진입 허들을 넘는 전략적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3. 공격적 특허 분쟁과 교차 특허사용 계약: 무기화되는 지식재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또 다른 전략적 특징은 ‘지식재산의 무기화’에 있다. 과거에는 특허가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패였지만, 현재는 경쟁사를 압박하는 창으로 활용된다. 2022년 CATL은 CALB를 상대로 전기차 배터리 관련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이는 중국 내 배터리 시장 점유율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당 사건은 단순한 기술 침해를 넘어, 기술적 우위를 점한 기업이 특허를 통해 경쟁사를 시장에서 배제하거나 기술적 확장을 봉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소송은 종종 ‘교차 특허사용 계약 협상’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과적으로 기술 제휴나 인수합병(M&A)의 기반으로도 작용한다. 예를 들어, BYD와 CATL은 과거 소송전을 벌이다가 결국 특정 분야의 특허를 상호 활용하는 조건으로 기술 제휴를 맺은 바 있으며, 이는 중국 내에서의 과점 체제를 형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처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특허를 ‘협상의 칼날’로 활용함으로써, 기술 이전 없이도 경쟁사의 성장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는 해외 경쟁사들과의 제휴에서도 매우 중요한 카드로 작용하며,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중국 기업들의 위치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4.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AI·신소재·완전 고체 특허 집중 투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전략은 ‘미래 기술 분야에 대한 선점 적 투자’이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AI 기반 BMS, 친환경 전해질 및 고에너지 밀도 양극재에 대한 연구개발과 함께, 해당 기술들의 특허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3년 CATL은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한 특허만 700건 이상 출원했으며, 여기에는 나트륨 기반 고체전해질, 리튬금속 음극의 안정화 기술, 그리고 고온 내열성 소재 등 혁신성이 매우 높은 기술들이 포함되어 있다.
BYD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 수명 예측 시스템, 즉 AI 기반 BMS 알고리즘에 대한 특허를 집중 출원 중이다. 이는 단순한 하드웨어 기술을 넘어, 소프트웨어 및 데이터 기반 플랫폼 기술로 확장하는 전략이며, 향후 배터리 공유 경제(baas: Battery as a Service)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신소재 기술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탄소나노튜브 기반 전극, 고효율 리튬 이차전지용 실리콘 복합 음극 소재 등 첨단소재 기술을 국제 출원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한국과의 소재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중국 정부의 정책 지원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가전략 기술 육성 차원에서 신에너지 분야 특허 우선심사 제도를 활용해, 중국 기업들은 보다 신속하게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향후 글로벌 표준화 경쟁에서 중국이 기술적 기준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요컨대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과 특허를 ‘쌍두마차’로 삼아, 현재만 아니라 미래의 배터리 산업 패권을 선점하기 위한 다층적 전략을 전개 중이다.
'친환경 배터리 관련 최신 특허 해설 및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배터리 특허의 기술 심층 구조 분석 (1) 2025.06.10 배터리 팩 설계 특허 분석: 구조적 안정성과 효율성의 조화 (1) 2025.06.07 전고체 배터리 음극 소재 특허: 리튬메탈, 실리콘, 그래핀의 삼파전 (0) 2025.06.06 차세대 배터리 전해질 특허 비교: 액체 vs 고체 vs 젤 (0) 2025.06.05 리튬 황 배터리 특허 동향: 에너지 밀도 혁신의 시작 (0) 2025.06.04 그래핀 배터리 특허 등록 현황과 주요 핵심 출원국 (0) 2025.06.03 배터리 냉각 시스템 특허 분석: 전기차 안전의 숨은 기술 (0) 2025.06.02 고체전지 특허 전쟁: 토요타, 삼성, 퀀텀스케이프의 기술 경쟁 (0)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