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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기술 분산과 핵심특허 부족: 유럽 배터리 특허의 구조적 약점
유럽의 배터리 기술 개발은 지속 가능한 전환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나, 특허 관점에서 바라보면 뚜렷한 기술적 약점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문제는 기술의 분산성과 핵심특허의 부족이다. 유럽은 다양한 국가 간의 공동 연구 및 다수의 기업·기관이 개별 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특정 기업이나 컨소시엄이 핵심 특허를 장악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예컨대 일본의 도요타나 파나소닉, 중국의 CATL은 전고체 배터리나 LFP 계열 배터리에 있어 독자적인 플랫폼 특허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유럽 기업들은 이와 유사한 수준의 기술 집약적 포트폴리오를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유럽 특허청(EPO)의 최근 5년간 배터리 특허 출원 데이터를 보면, 총 출원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나, 미국이나 중국처럼 한 기업이 연관된 기술을 세부적으로 분할하고 연속적으로 보호하는 특허 클러스터 전략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이로 인해 유럽은 양극재·음극재, 고체 전해질, 배터리 셀 구조, 파우치 및 원통형 케이스 설계 등 주요 부문에서 핵심 특허의 파편화 현상이 나타난다. 즉, 관련 기술을 다수의 주체가 나눠 보유하고 있어, 특정 기업이 글로벌 특허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갖기 어렵다.
또한 유럽은 ‘산·학·연 연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 또한 특허의 일관성과 집중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가마다 우선순위가 달라 일관된 기술 전략이 부족하고, 기술 이전이 이루어져도 산업화에 필요한 지식재산 권리화 전략이 취약해 사업화 성공률이 낮다. 따라서 유럽 배터리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통합적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과 전략적 집중 투자가 병행되어야 한다.
2. 소재 및 공정 기술의 취약성: 전고체·리사이클링 경쟁에서 밀리는 유럽
유럽 배터리 산업의 또 다른 중요한 약점은 바로 핵심 소재 및 제조 공정에서의 특허 경쟁력 부족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구성요소인 양극재(니켈·코발트·망간 계열), 음극재(흑연·실리콘 계열), 전해질(액체 및 고체) 중 유럽 기업이 독보적인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영역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고에너지 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는 일본의 도요타, 미국의 퀀텀스케이프, 중국의 CATL이 주도권을 쥐고 있으며, 이들은 수백 건에 이르는 원천·응용 특허를 이미 확보한 상태다.
반면, 유럽의 BASF, Umicore, Northvolt 등 주요 소재 및 셀 제조 기업은 대부분 기존 리튬이온 기술 기반의 업그레이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기술 진입장벽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고체 전해질의 합성, 도포, 안정화 공정 등 양산 기술에 필수적인 원천특허는 일본과 미국이 장악하고 있으며, 유럽은 관련 공정 기술 특허가 제한적이어서 대규모 생산 확대에 장애가 되고 있다.
재활용 기술 분야에서도 유럽은 정책적 강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식/건식 공정의 원천특허 대부분을 중국과 미국에 선점당했다. 예를 들어, 습식 리사이클링 공정의 경우 GEM, Brunp, Redwood Materials 등이 효율적 금속 회수 기술을 확보한 데 비해, 유럽의 대부분 기술은 아직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는 기술 실현성과 특허 보호력의 간극이 커 산업화가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유럽은 특허로 보호된 고유 기술 없이 친환경·재활용 중심 정책만을 내세우는 ‘규제 중심 전략’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3. 친환경·규제 기반 기술에서의 기회: 지속가능한 특허 전략의 가능성
그러나 유럽은 명확한 기회도 지니고 있다. 특히 지속가능성과 탄소중립을 기반으로 한 친환경 특허 전략에서 유럽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Battery Regulation(2023)’을 통해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의 환경 영향을 줄이고, 순환경제 기반의 자원 회수를 의무화하는 강력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와 연계된 기술 분야에서 유럽은 활발한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글로벌 배터리 산업 규제와 기술 표준 수립 과정에서 유럽의 기술이 채택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EPO와 WIPO 자료에 따르면, 배터리 폐기물의 자동 분리, 리튬/코발트 회수, 저에너지 건식 공정 등에 관한 유럽발 특허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독일, 프랑스, 핀란드의 일부 중소기업과 대학들이 리튬 회수 효율 90% 이상을 달성한 기술에 대한 특허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또한, BASF와 Umicore는 배터리 생산 공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저감하는 소재 믹싱 및 소성 기술에 대해 EU 친환경 기술 인증을 기반으로 다수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유럽이 친환경 기반 기술 표준화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요인이다. 기술력이 절대적인 원천특허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 있으나, 환경 규제와 기술 표준의 일치를 강점으로 내세워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규범을 주도하는 방식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특히 EU가 추진 중인 ‘Battery Passport’ 제도는 유럽에서 특허 보호를 받은 기술이 전 세계 배터리 공급망의 기준이 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4.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와 EU 주도권 확보 방향
앞서 언급한 약점들을 극복하고, 유럽 배터리 산업이 기회를 실질적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EU 차원의 전략적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이 시급하다. 우선 개별 기업 중심의 단편적인 특허 출원 방식에서 벗어나, 산·학·연 공동의 클러스터 기반 특허 전략이 요구된다. EU는 ‘European Battery Alliance’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 연구기관, 정부기관을 연결하고 있으나, 이 연계가 연구개발 수준에서만 머무르고 있어 특허화 단계로의 전환이 미진하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려면 연구 결과물을 조기에 특허화하고, 이 특허를 클러스터화하여 사업화와 연계하는 단계별 IP 전략이 요구된다.
또한, 유럽 기업들이 핵심 기술에 대한 선점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표준화 연계 특허 전략(SEPs)을 강화하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즉, 유럽이 주도하는 환경 기준, 리사이클링 규제, 탄소회계 기준에 기반하여 기술을 보호하고 이를 국제 표준으로 연계함으로써, 기술의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CO₂ 배출량 기준이 적용된 배터리 셀 생산 공정 특허나, 배터리 여권에 적용 가능한 디지털 추적 기술 특허는 향후 전 세계 배터리 제조사의 시장 진입 허들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유럽은 핵심 광물 자원 및 공급망 특허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전략광물의 채굴·정제·활용 전 과정에 대해 특허를 확보함으로써, 중국 주도의 자원 공급망에서 벗어나 EU 내 자립형 가치사슬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특허 출원만이 아니라, 크로스라이선스 및 기술 로열티 기반 수익모델을 확보하는 고도화된 IP 운영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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